BOCBOK(복복) | 이한경 디렉터
페이지 사이사이 행복이라는 꽃잎을
잔뜩 숨겨놓은 브랜드, BOCBOK
2024년 12월 4일 수요일
목소리가 떨릴까 연신 걱정하면서도 우리 팀 모두 인터뷰에 참여해야 한다고 확언하던 이한경 대표를 만났다. 진솔한 하얀 볼과 바른 단발머리, 포근한 스웨터가 떠오를 그녀와의 대화.
브랜드명 BOCBOK. 네이밍 비하인드?
부르기 쉽고 의미가 있는 이름을 찾다가 연말 술자리에서 우연히 반려견 이름인 ‘축복’과 한자어 의복 ‘복’을 합쳐서 ‘복복?’ 장난치듯 한 게 입에 붙어버렸다.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옷, 소중한 추억, 따뜻한 이야깃거리와 행복을 전하고 싶어서 ‘입으면 복이 와요.’를 슬로건으로 정했다.
인터뷰를 전 인원이 함께 하길 원하셨다.
전 직장에서 만난 인연으로 브랜드의 시작부터 함께해 준 두 명도 복복의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소중한 친구이자 복복의 가장 큰 강점은 여수진, 오정민이다.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냥 행복하고 싶은 사람? 뭔가 정신적 물질적으로 동료들을 만족시켜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를 못 챙길 때도 있는데 주변에선 농담으로 ‘아빠‘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린 시절은 어땠나?
할머니 손에 자라서 뜨개질이나 바느질을 일찍 배웠다. 직접 뜬 목도리 선물할 때의 그 행복감이란! 어릴 때 의류 관련 사업을 하시는 부모님 공장에서 맡았던 실 냄새나 단추가 꿰어지는 장면들이 아직도 기억나는데, 자연히 나는 옷 브랜드를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림은 잘 못 그렸어서 디자인보다는 머릿속에 있는 걸 형태로 만들어내는 기술을 갖고 싶어서 유학을 꿈꿨다. 그때부터 눈이 즐거운 예술성보다는 단순해서 예쁘고 늘 곁에 두고 편하게 입을 옷을 만들고 싶었다.
유학시절
그때도 단순하고 잘 만들어진, 오래 입고 싶은 옷을 좋아해서 패턴 수업이 가장 재미있었다. 문화복장학원은 특히 고등학교 같은 타이트한 커리큘럼이었는데도 3년 개근상을 탈 정도였다. 지금 와서 보면 내가 패턴을 뜰 줄 아는 게 엄청 다행이더라. 밖에서 하려고 하면 되게 비싸다. 그리고 어떻게 그려놔도 옷이 나오게끔 하니까 동료들이 디자인할 맛이 난다고 해줄 때 정말 기쁘다.
브랜드 론칭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
원래 계획하는 것을 좋아해서 33살 즈음에 시작해 보자는 다짐은 있었다. 직장 동료들과 정말 잘 맞았지만 별 보고 출근, 별 보고 퇴근하는 지향점이 다른 직장 생활을 3년 정도 하니 답답함이 어마어마했다. 예정보다는 빠르지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같은 여성 사업가인 어머니의 도움이 정말 컸다. 돈도 정말 많이 들고 어렵다는 걸 느끼지만, 잘 되는 속도나 깊이가 예상보다는 더 좋아서 뿌듯하기도 하다.
복복의 추구미가 궁금하다.
재미있는 클래식? 우리 사진과 모델 선정에서 조금 드러나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여러 번 같이 작업한 모델 '니코'는 볼수록 묘한 매력이 있고 우리 옷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키가 너무 크거나 비현실적으로 마르거나 하면 우리 현실 소비자들이 입었을 때 느낌이 너무 다르니까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진짜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친구에 관련한 캠페인 촬영을 할 때는 니코의 실제 친구분들을 섭외하기도 할 만큼 현실감과 진정성을 중요시한다. 옷을 만들 때도 이유나 의미가 없는 화려한 장식을 지양하고 착용감과 소재, 만듦새에 집중한다. 조금이라도 허세스러운 것을 안 좋아하는 것 같다.
영감의 원천은?
내가 소중하다고, 우선순위라고 생각하는 대상들과의 경험에서 오는 이야깃거리들. 예를 들면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손뜨개를 테마로 삼거나, 반려견에 대한 사랑, 유럽 배낭여행 중에도 숙소로 꽃다발을 보내주던 엄마에 대한 추억. 그 꽃을 버릴 수 없어 책 사이에 꽂아 압화로 간직하는, 소중한 것을 꾹꾹 눌러 담는 행위를 떠올린다. 그럼 시즌 진행을 위해서 꽃꽂이를 배웠던 선생님을 찾아가 생화 작품을 의뢰하거나, 직접 모티브를 만들어서 사진으로 촬영하고 디자인에 반영하는 식이다.
디자인 차별화 포인트?
예쁘고 귀여운 건 당연한데 무조건 편해야 한다. 너무 유행을 타서도 안되고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복복만의 신념이 있다.
사업적 난관?
돈, 재고. 들어오는 돈 보다 나가는 돈이 훨씬 많은 시점이 찾아와서 처음으로 대출을 받고 '어떡하지..' 했을 때.
사업하길 잘 했다 느낄 때는?
일하는 게 그냥 너무 재밌다. 지난 시즌 걸 다시 보면서 '너무 예쁘다. 우리 진짜 잘 했다.' 자화자찬할 때가 참 좋다. 우리 옷은 시즌이 지난 것도, 또 봐도 너무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분명히 리셀 같은 게 생길 거 같다.(웃음) 또 고객님께서 거의 울면서 '이거 제발 다시 만들어주면 안되냐'라고 하실 때도. 내가 정말 꿈에 그리던 장면이다.
죽기 전 마지막 한 끼
이한경 : 김치볶음밥
여수진 : 장인이 만든 숙성 광어 초밥 1피스
오정민 : 엄마가 차려준 한 끼
복복의 10년 뒤?
감각이 늙는 게 가장 무섭다. 그냥 지금 그대로였으면.. 규모가 너무 크지도 않게, 지금보다 1~2명만 더 있는? 그리고 내가 나고 자란 연희동에 꼭 매장을 만들고 싶다.
개인적인 꿈?
워커홀릭은 아닌데, 복복이 곧 나의 자아실현이라 결국 브랜드가 계속 살아있는 게 꿈이다. 그 안에서 우리가, 친구들이 행복한 것.
브랜드 론칭을 꿈꾸는 후배에게 한 마디?
두 가지 마음이 다 든다. 가벼운 마음보단 뭔가 확신이 섰을 때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럼에도 너무 자기를 갉아먹으면서까지는 하지는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