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MBUS(님부스) | 김지연 디렉터
후광이 감싸는 은빛 존재의
기분 좋은 무게감을 깎는 브랜드
2024년 8월 20일 화요일
잠을 못 자서 너무 피곤하다는 말과는 다르게 반짝거리던 핑크빛 볼과 연신 웃는 반달눈이 인상적이었던 김지연 디렉터. 님부스 주얼리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브랜드 정체성 그 자체와 긴 시간 나눈 이야기.
소개를 부탁한다.
올해 5월 3일에 론칭한 실버 주얼리 브랜드 님부스 대표 김지연.
정말 따끈따끈하다. 근황은 어떤가?
너무 바쁘고, 바쁨의 연속이다. 원래 하던 스타일리스트 일도 10년째 하면서 브랜드도 혼자 운영하고 있다.
네이밍이 독특하다.
좀 멋있는 이름을 가지고 싶었는데 내 머리에서는 안 나오더라. 친구의 남편분이 브랜딩 쪽에 계셔서 도움을 청했는데 '님부스'를 딱 던져주셨고 번개가 내리면서 '이건 해야겠다. 내 거다.' 싶었다. 내가 하려는 주얼리의 그 샤이니한 느낌과 후광, 매력이라는 뜻도 마음에 들고, 어감이 힘이 있어서 딱 꽂혔다.(해리포터와의 큰 연관성은 없다고 한다.)
본인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주변에서는 공과 사가 아주 명확하다고들 한다. 일할 때에는 말수도 적고, 깐깐한 편인데 조금 친해지면 유 한 모습이 많이 보여서 갭이 크게 느껴지나 보다. 스스로는 편한 게 좋고 감성적인 타입이라 생각한다.(웃음)
패션은 언제부터 좋아하게 되었나?
고등학교 때까지 가야금을 전공했다. 엄마가 외할머니 끼를 받은 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게 흥이 많고 장구를 잘 치셨다고.(웃음) 재능은 있었지만 대학을 가기엔 성적이 꽤 높아야 하더라. 친구가 '그럼 당연히 패션과 아니야?'라고 하는데, 그러고 보니 평소 옷도 좋아하고 쇼핑이 취미였어서 고민이 길진 않았다. 걔랑 꿈 얘기를 나눌 때 '왜 네가 짐을 잔뜩 들고 다니는 게 보이지?'했었다. 그땐 '내가 짐을 왜 들어?' 했는데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보니 참 신기했다.(그 친구는 까먹었겠지만)
스타일리스트는 어떻게 시작했나?
졸업하자마자 적극적으로 구직했다. 일을 배우고 싶었던 실장님 밑에서 3년 정도 있다가 좀 빠르게 독립을 했다. 첫 꿈이었던 '스타일리스트 김지연 실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나서는 일이 꽤 많이 들어왔지만 아무래도 일감의 편차는 있었고, 코로나라는 위기가 왔을 때 불안감이 확 엄습했다. 늘 생각만 가져오던 걸 배워보려고 공방부터 찾았다. 그렇게 2년 동안 주말에도 세공하고 창업 반까지 다니면서 브랜드 론칭을 준비했다.
'이제는 해도 되겠다.'하는 신호가 왔나?
그런 건 없었다. 솔직히 진짜 두려웠다.(웃음) 그래도 주얼리를 1년 정도 배웠을 때 하고 싶은 브랜드의 방향성과 디자인의 결은 명확해졌다. 시그니처 별 모양을 깎은 후부터 제품 라인업이 빠르게 전개되어서 한 달 만에 대부분의 디자인이 나왔다. 브랜드 네이밍을 할 때도 그렇고, 딱 '이거다!' 싶으면 그 뒤는 우두두두. 말로 설명하기는 힘든데, 님부스스러운 명확한 내 기준이 있다.
브랜드 님부스의 추구미는?
뭔가 명확한 게 멋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존재감이 있고 조금 볼드하면서 고급스러운? 크기감이나 무게감이 좀 있는 힘 있는 접근이 좋고, 형태가 단순하고도 여러 스타일링에 조화롭게 어울려야 한다. 특히, 거울처럼 매끈하고 유리처럼 반짝이는 결점 없는 광택감이 우리 고급스러움의 포인트다.
브랜드 화보 컷도 인상적이다.
평범한 건 좀 용납이 안된다. 주얼리 하면 떠오르는 뻔하고 고운 결과물이 되지 않으려고 '이런 대상이 우리 브랜드 뮤즈였으면..' 하면서 작업했다. 강렬한 비주얼의 방향성은 앞으로도 유지할 것 같다.
디자인 차별화 포인트?
이번에 확고해진 포인트가 있는데, 이 업계에서 어떤 펜던트를 고안할 때 대부분의 모티브는 이미 새롭지가 않더라. 그렇다고 그걸 안 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카피니 뭐니 하는 의혹에 명확하게 반박할 수 있는 건 '님부스만의 원 포인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담은, 이번 뉴 시즌 샘플의 광 작업을 마쳤을 때 짜릿했다. 너무 이쁘고 얼른 해보고 싶다는 생각뿐.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
딱히 뭘 많이 찾아보지는 않고, 일상에서 꽂히거나 느낌이 가는 대로 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이번 뉴컨셉도 머리 식힐 겸 잠시 여행을 갔었는데, 그때 웨스턴 부츠를 신고 갔다. 문득 '어, 이거 좀 마음에 드는데.'싶어서 웨스턴을 주제로 한 '버닝 윈터' 컨셉을 잡았고, 재미있게 디자인을 디벨롭 했다.
사업하길 잘 했다고 느낀 적이 있나?
최근에 목표로 하던 채널에도 입점하고, 생각하던 것보다 더 빨리 이뤄져가는 것 같아서 좀 만족한다. 매출에 막 연연하기보다 브랜드로서 협찬이나 입점 같은 게 단계적으로 착착 이뤄지니, 신기하기도 하고.
사업이 힘들구나 느꼈던 때는?
음.. 아무도 뭘 지시해 주는 게 없지 않나. 모든게 내 선택이고, 내가 이루어나가야 하는 게 진짜 막막하다. 말이 그냥 브랜드지 오픈을 짠! 했다고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벽 보고 서 있는 느낌? 누가 좀 알려줬으면 할 때가 많다. 또, 아직 직원도 없고 혼자 다 하다 보니 앞으로는 일이 더 많아질 텐데 힘에 부칠까 봐 걱정이다.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는 편?
좀 혼자 있는 것 같다. 일에 지장이 있을까 봐 술도 자제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전화도 안 받고 혼자 충전한다. 그러다가 진짜 안 풀리면 좀 스스로 흐트러뜨리는 시간도 필요하긴 하더라. 강릉 가서 회에 맥주 마시고.(웃음)
10년 뒤엔 님부스가 어땠으면 하는지?
더 커지고, 더 브랜드화가 되어있었으면 좋겠다. 해외 진출도 하고
뉴욕에 매장 하나쯤 낼 수 있으면 진짜 좋을 것 같다.
브랜드를 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일단 명확한 자기만의 목표를 가지고, 흔들리지 말고 뚝심 있게 차근차근해 나가면 되어 있다. 너무 조바심을 안 가졌으면 한다.(내가 그랬기 때문에) 하면 되더라. 갈팡질팡하면 산으로 가니 흔들리면 안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