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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RAVACO(타카라바코) | 박세인 디렉터




 



보물 상자를 끌어안은 수집가가

풀어나가는 별난 벨트 브랜드








2024년 8월 7일 목요일




청순하고 갸름한 얼굴에 상냥한 태도, 자칫 '냉담한 사람일까?' 의문이 들자마자 똘망 똘망 한 눈빛으로 애교 있게 대답하는 '인간 호감' 그 자체였던, 반전 캐릭터 박세인 대표에게 듣는 23살의 브랜드 창업 스토리.




 



간단한 소개 부탁.

타카라바코라는 벨트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23년 인생 가장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는 박세인.






론칭 초기인데 벌써 바쁘다는 건 좋은 거 아닌가?

좋다. 바쁜 게 곧 좋은 소식이니까. 새 시즌도 준비 중이고, 당장 이번 주에 촬영이라 정신이 없다. 리오더도 하고 있고 또 다다음 시즌도 같이 준비하고 있다.







브랜드명이 독특하다.

내 취미가 못 입더라도 귀엽고 특이한 것들을 수집하는 거다. 그래서 그런 가치를 주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고, 일본인 친구랑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물 상자'라는 뜻의 '타카라바코 たからばこ'가 어떠냐고 하더라. 소중한 걸 담는다는 의미도 좋고, 영어로 써도 되게 예쁘고, 다 된소리라 발음도 재밌는데 기억하기도 쉬워서 바로 결정했다. 슬로건도 'I collect romantic things.'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

본봄이라는 브랜드의 론칭 멤버로 3년 정도 일했었다. 그러다 좀 지치는 시기가 오니까 은연중에 꿈, 최종 목표같이 가지고 있던 브랜드 론칭에 대한 욕망이 생겨났다. 좀 망설이고 있을 때 친구가 '너는 하면 하는 애니까. 잘할 수 있어!'하고 바람을 넣어주는데 갑자기 용기가 생겨서 다음날 바로 작명했고 엄청 빠르게 추진이 되었다.








근데 왜 벨트였나?

사실 전공은 여성복이다. 근데 그 시장은 너무 포화상태라 많은 브랜드들이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한다. 할 거면 오래 하고 싶은데 '다른 사람들이 안 하고 있는 게 뭐지?'를 고민했다. 주얼리나 가방, 신발 쪽은 전문 지식도 필요할 것 같고, 이미 잘 하는 브랜드가 많은 데다 샘플 하나 만들기도 복잡하고 비싸고.. 난 그만한 돈이 없었다. 그러다가 딱 벨트는 니즈가 많은데 떠오르는 전문 브랜드가 없는 거다. 나도 스타일링 할 때 벨트를 엄청 좋아하고 자주 착용하기도 하니, '아, 이거다!' 싶었다.






본인은 스스로 어떤 사람인 것 같나?

별난 사람. 친구들이 내 MBTI는 여덟 자리여야 한다더라. 뭐, 뻔한 사람보다는 카멜레온 같고 좋지 않겠나.(웃음) 근데 예민하지는 않아서 힘든 게 별로 없기도 하고, 있어도 금방 잊는 편이라 주변에선 부러워하기도 한다. 참, 용띠에 사자자리라서 그런가.. 어려운 자리에 가도 기죽지 않는다.







패션은 언제부터 좋아했나?

8살 때 손들고 '패션 디자이너가 장래희망'이라고 했다. 엄마가 옷을 되게 잘 입으셔서 같이 쇼핑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옷이 좋아진 것 같다. 상의랑 맞는 색의 양말이 없으면 안 나갔다. 모범생인데 또 옷 입는 건 되게 특이하고, 쉬는 시간에는 풋살 하러 뛰어가는 남자애 같은 면도 있었다. 부모님은 웬만한 건 다 들어주셨다. 17살 때 통학 시간이 긴데 야자를 해야 하니 독립하겠다 했고, 19살 때는 미대입시를 해야 하니 서울 고시원에 가겠다고 했다. 회사를 관두고 아버지에게 '사업가 대 사업가'로 설득하려고 11장의 PPT와 직접 만든 명함을 준비했다. 부모님은 '언젠가 그럴 줄 알았다만, 이렇게 빨리?' 하시더라. 아버지는 그림을 되게 잘 그리시는데, 스케치나 캡처로 디자인 제안도 해주신다.(웃음) 근데 실제로 괜찮은 것도 많아서 잘 모아두고 있다.






디자인적으로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컬러랑 가죽. 그리고 벨트라는 직사각형에서 벗어나 허리에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더 확장해서 과감한 디자인을 많이 시도하려 한다.






영감의 원천은?

사람들? 서울에는 옷 잘 입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람들 보는 게 너무 좋다. 길거리에서 받은 영감을 가지고 사무실에 와서 상상하면서 비슷한 사람들 사진을 프린트한다. 그리고 내가 더 좋아하는 방향으로 스타일링을 하면서 거기에 '딱 어울리는 벨트가 뭘까?' 하면서 디자인한다.






최근에 어떤 낙이랄 게 있나?

뉴진스 노래를 전곡 재생으로 하루에 한 번은 꼭 듣는다. 처음 나왔을 때 뉴진스가 입고 있던 아이템들이 다 내 위시리스트 그대로였다. 브랜드 디깅을 꽤 하는 내가 봐도 스타일리스트가 궁금할 정도로 신선한 브랜드를 잘 고르더라. 아이돌 플러스 패션이 다 멋지다.






이 전 직장 이야기도 궁금하다.

학교 공부보다는 일하면서 배우는 게 훨씬 많다고 들었었다. 20살 때 진짜 열정이 가득해서 멋있는 롤모델들 팔로우하고 다니면서 일찌감치 일하고 싶은 자리를 찾아다녔는데, 엄청 팬이었던 디자이너가 영국에서 공부하다 귀국해서 팀을 꾸린다기에 바로 DM을 보냈다. '진짜 잘 할 자신 있어요. 시켜주세요.' 했는데 그거 하나 보고 뽑아주시더라. 스커트 만드는 거 밖에 안 배운 내게 편견 없이 이것저것 많이 경험할 수 있게 해주셨다. 초기 멤버 3명이서 서로 격려하면서 하루에 가봉을 5~6개 보면서 엄청 많이 배웠다. 거의 첫 꿈을 이룬 거나 마찬가지였다. 나도 진심으로 고마운데 오빠도 고마웠다고 얘기해 주셔서 지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응원하는 사이다.







현재 타카라바코의 추구미는?

노골적이지 않은 섹슈얼? 영감도 란제리에서 많이 얻는데, 아마 본봄의 코어 아카이브가 가터벨트나 코르셋 같은 빈티지 아이템이어서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나는 옷도 예쁜 속옷 입을 때가 기분이 제일 좋다. 란제리 탑이나 슬립은 그냥 쟁여놓듯이 수집한다.






요즘 최대 고민은?

일단 벌써 4년간 모은 돈을 다 썼다. 가죽 값도. 사무실도, 개발비도 장난 아니다. 퀵비 아껴보겠다고 직접 가죽 롤을 지고 공장으로 이동하는데.. 폭염인 날엔 진짜 '이렇게 힘들 수도 있나?' 하면서 헛웃음이 나다가 '어, 다 왔네.' 한다. 그나마 이제는 신설동 사장님들이 막 '잘 한다~'하면서 박수도 쳐주시고 끌차도 빌려주신다. 아, 그리고 뭔가 셀링 포인트를 잡아서 고객의 시각과 타협하는 게 좀 어려운 것 같다. 마케팅이나 잘 팔리는 상품 만드는 것도 항상 고민이라 매일이 공부다. 요즘에는 개인 시간이 없다.






사업하길 잘 했다 느꼈을 때가 있나?

처음 판매하던 그 영광의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방방 뛰면서 좋아했다. 그리고 사업이 성향에 잘 맞는 것 같다. 직장에서 일할 때는 어떤 디자인을 선택하고 포기할지가 가장 어려웠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모든 순간에 내가 하는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결과물들이 너무 좋고 마음에 든다. 그게 나인 것 같기도, 나를 만드는 것 같기도 하면서 사업이 너무 재밌다 싶다. 빨리하길 잘했다 싶다.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쉬면서 청소한다. 우리 집이 너무 깨끗하면 친구 집 가서 청소를 한다. 설거지를 막 하면 풀린다. 아니면 금요일마다 먹는 매운 음식이면 다 풀린다. 매운 걸 못 먹는데 이상하게 엄청 땡긴다. 그리고 꼭 혼자, 배달시켜서 먹어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너무 행복하다.







브랜드의 10년 뒤는 어떨까?

일단 안 없어졌으면.. 요즘 살아남기 너무 힘들다. 10년이 되었다는 건 진짜 잘 했다는 거 아닌가. 그리고 여러 컬렉션을 거쳐 컨셉이나 무드가 달라져도 여전히 '타카라바코스럽다' 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브랜드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하고픈 말?

고민하고 있다면 그냥 겁내지 말고, 젊었을 때 빨리 시도는 해봐라. 근데 현실적으로 돈도 많이 필요하고 성향이 안 맞을 수도 있으니, 자신이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스스로 한번 판단해 보는 시간은 꼭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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