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ALCMY(알크미) | 천보영 디렉터




 



패션하는 회색분자의 오픈엔딩 연금술







2024년 7월 16일 화요일




붉은 조명이 새어나는 층계를 지나 빈티지 공방 같은 알크미 작업실을 방문했다. 윤기나는 블러셔, 쾌활한 헤어컬까지 맑은 에너지를 뿜는 천보영 대표는 디자이너라 불리는 게 더 익숙하다며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브랜드명 알크미(Alcmy)의 의미는?

연금술을 뜻하는 Alchemy에서 착안했다. 뭔가 비과학과 과학 사이 어딘가에 있는 느낌을 떠돌다 연금술사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던 게 떠올랐다. 어떤 의외의 조합으로 고귀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태도가 멋있었다.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

직장을 다니면서도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다. 서른 전에는 해야지 하다가 결혼을 좀 빨리하게 되면서 남편도 할 거면 그냥 빨리하라고 하더라. 그렇게 남편 사무실 한켠을 쉐어해 작업실을 꾸리면서 시작되었다.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약간 회색분자 스타일






극단적인 걸 비선호 한다는 뜻인가?

그렇지 않다. 딱히 뭔가 막 좋거나 싫어하는 성격이 아니다. 좋아하는 옷 스타일도 폭이 넓다.






인정하는 범위가 넓은 느낌인가?

그런 것 같다. 뭐든 그럴 수 있다고 여기는 편이다. 친구들은 외향적이라고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내향적인 면도 짙다. 어렸을 때도 유난히 내성적이었다가 초등학교 때 이사를 가면서 마음 맞는 친구들을 만나 성격이 확 바뀌었다.







패션 디자이너의 꿈은 언제부터 가졌나?

엄청 어릴 때부터, 그게 뭔지도 잘 모르면서 유치원생 때부터 ‘나 패션디자이너 할 거야.’라고 일기장에도 썼다. 아마 부모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패턴사셨고 어머니는 무대복 제작도 하셨다. 가끔 우리 자매들 옷도 직접 만들어 주셨으니 옆에서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 게 있는 것 같기도.






예체능 전공도 꽤 응원받았겠다.

전혀 아니다. 엄청 못 하게 하셨다. 부모님은 공부해서 인문계 대학 가기를 바라셨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손으로 뭔가 만드는 걸 너무 좋아해서 무조건 미대를 가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나마 공예 쪽 가면 굶어 죽는다는 인식 때문에 디자인으로 간 거다.(웃음)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

혼자 하니까 이게 괜찮다 안 괜찮다 얘기해 줄 사람이 없으니 가끔 확신이 안 설 때가 있어서 그런 게 어렵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오히려 ‘일단 해.’였는데, 시즌이 거듭할수록 더 어렵게 느껴진다. 판매가 안 올라오는 제품은 원인이 디자인인지, 가격인지, 홍보인지 현실적으로 알기가 힘들다. 결국 매출이 가장 문제다. 그리고 마케팅 부분.






반대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아. 작년 여름에 판매를 고려하지 않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시즌 무드 보여주는 용으로 펑크랑 고스를 소녀스럽게 믹스한 다소 난해한 옷이 있었는데. 판매 문의가 쏟아졌다. 하필 공장에서도 못 만든다고 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봉제여서 직접 만들었다. 나중에는 주문량을 감당할 수 없어서 품절 처리를 하기는 했지만, 뜻밖에 사람들이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에 많이 공감을 해주는구나 싶어서 엄청 딱, 처음으로 짜릿함을 느꼈다.






‘사업하길 잘 했다.’ 생각이 드는 순간은?

음.. 사장이라는 직함이 있다는 거? (일동 웃음) 아직은 뭐, 그거랑 스케줄이 좀 자유로운? 사실상 자유롭지도 않다. 어디 놀러 가지도 못한다. 그래도 그런 자유로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부정적 감정은 어떻게 이겨내는지?

옷이 100% 생각한 것처럼 나오지 않으면 자괴감이 들고, 무기력이 확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도 우울한 상태로 사무실 나와서 앉아서 뜨개질 하거나 한다. 그럼 또 하나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 같은 게 있다.






뜨개질은 집중과 인내가 필요한데, 해소가 되나?

맞다. 예전에는 중간에 그만두기도 많이 했는데, 완성하는 재미를 알았다. 뭔가 요리하는 거랑 비슷한 거 같은데 하나를 딱 끝내고 나면 엄청 뿌듯하다. 들인 시간만큼.






최근에 아이돌 ‘키오라’무대의상도 제작하지 않았나?

맞다. 너무 운 좋게도 스타일리스트 분이 직접 연락이 오셨다. 컴백 전이었고, 인기가 그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방송 타고나서 반응이 뜨거웠다. 역시 ‘존버’가 답이구나 싶더라.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받나?

빈티지 의류에서 진짜 많이 받는 것 같다. 예전에는 어떤 문장이나 단어 같은 걸 먼저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콘셉트에 압도되어서 구색에 대한 강박이 생기니 옷 하나하나를 정성 들여 만들지 않게 되는 것 같아서 지금은 실제로 입고 싶은 옷들 위주로 이미지들을 정리하고 나서 시작하는 것 같다. 번개장터 이런 것도 자주 본다. 은근 재밌는 것들이 많이 올라온다. 정제되고 셀렉된 게 아닌, 누군가가 그냥 직접 입다가 올리는 것들이니까.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디자인 차별화를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은?

일단 니트 제품은 꼭 하나씩 넣으려고 한다. 풍성함을 위해서도 그렇고 알크미의 매력이 잘 드러나기 때문. 그리고 ‘은근한 섹시’가 한 티스푼씩은 늘 들어가 있는 게 디자인 포인트다.






요즘 빠져있는 취미거리가 있나?

좀 긴 매체를 좋아한다. 요즘은 심리 관련이나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같이 좀 어두운 이야기를 라디오처럼 듣는다. 너무 좋기만 한 건 약간 ‘어쩌라고’느낌이다. 영화도 해피엔딩보단 결말이 찝찝한게 좋다. 해결의 여지를 남겨둔 오픈 엔딩.






브랜드 정체성과 이어진다.

한마디로 딱 정의되지 않은 룩을 선호한다. 빈티지를 좋아하는 것도 예상치 못한 것들이 한데 모여서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느낌 때문인데, 그게 꼭 연금술 같다.







10년 뒤의 브랜드를 상상해 봤나?

10년 뒤에도 사람들이 ‘이 브랜드만의 무언가가 있다.’라고 여겨주는, 오랫동안 살아있는 브랜드이고 싶다.






브랜드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작게 시작해서 차근차근해 나가는 게 어떨까?




 

bottom of page